[요약] 법원 사건번호(판례 인용 표기)를 정하는 데는 당연히 규칙이 있다. 사건번호에 따라 사건 유형을 알 수 있고, 재심 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사건번호를 알면 판례를 한결 쉽게 찾을 수 있다.
통상 사건번호는 법조인이 주로 활용하지만 최근 들어 일반인도 판례를 직접 찾기 위해 사건번호를 알아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 사건번호를 무작정 찾지 말고, 그 속의 규칙을 알아두면 훨씬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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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상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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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분야 |
판례 및 소송 |
/사진=픽사베이
사건번호, '1~3심+민사·형사·가사·행정+접수번호'를 표기한 것
법원 사건번호를 보면 우선 해당 사건이 '민사'나 '형사', '가사', '행정' 중에서 어떤 유형인지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사건번호에는 '항소심'(2심)인지 '상고심'(3심) 인지 여부도 가늠케 해주는 공식이 있다.
예컨대 사건번호 '2015가단578'을 한번 보자. 여기서 맨 앞 '2015'는 사건 접수연도를 말한다. 다음으로 '가단'에는 적지 않은 의미가 들어있다. 먼저 앞글자 '가'에는 2가지 의미가 있는데 1~3심중 몇 심인지와 '민사'나 '형사' 등 재판 유형이 무엇인지 알 수도 있다.
민사재판의 경우엔 위에 '가단 은'1심 민사 단독재판'을 말한다. 이 '가단' 뒤 3자릿수 번호인 578 중 앞 두자리 57은 해당 법원의 사건 접수번호를 말한다. 8은 검색용 번호다. 그러니까 이를 종합해보면 '2015가단578'은 "2015년에 57번째로 접수된 1심 민사 단독재판"이라는 의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운데 한글 부호표시다.
즉 'ㄱ'은 1심. 'ㄴ'은 항소심(2심). 'ㄷ' 은 상고심(3심)을 뜻한다. 함께 붙는 모음은 사건 유형을 나타낸다. 'ㅏ'는 민사재판, 'ㅗ'는 형사재판이다. 다음 글자인 '단'은 단독재판을 말한다. 단독재판은 판사 1명이 재판을 맡는데 만약 사건번호에 '고합'이라고 써있다면 이는 판사 3명이 참여하는 형사 '합의재판'을 말한다.
'2016고합123'은 뭘까? '고합'의 비밀만 풀면 해석은 간단하다. 'ㄱ'은 1심을 말하며 'ㅗ'는 형사재판이므로 "2016년에 123번째로 접수된 1심 형사 합의재판"을 뜻한다. 합의재판은 상대적으로 단독재판보다 형량이 엄중한 사건에 해당된다. 민사와 달리 한글부호 뒤에 나오는 번호 전체가 사건접수번호다.
하나 더 보자. '2017노381' 사건번호는 무슨 의미일까?
열쇠는 역시 '노'에 있다. 여기서 'ㄴ'은 2심을 말하며, 'ㅗ'는 형사재판이다. 그러니까 2017년에 381번째로 접수된 2심 형사재판이다. 그렇다면 2심에서는 왜 단독재판을 뜻하는 '단'이나 합의재판을 말하는 '합'이 붙지 않고 중간 한글부호 문자가 딱 한 글자일까? 2심부터는 단독재판은 없고, 모두 합의재판이기 때문에 별도로 표기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사건번호들도 이런 식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그래픽=네이버법률
행정·가사·특허 등도 고유 한글표기 있어, 그 유형만 120가지
그렇다면 민사나 형사가 아닌 다른 소송 사건은 어떻게 표기할까?
행정소송 사건번호는 'ㅜ'로 표시해 1심 행정 단독재판은 '구단' 또는 '구합', 2심 '누', 3심 '두' 로 표시한다. 그러니까 2017구단312이라는 사건번호는 "2017년에 31번째로 접수된 1심 행정 단독재판"이라는 뜻이다. 끝자리 2는 검색용 번호다.
가끔씩 사건번호에 '드단'라는 부호가 보이기도 한다. 여기서 모음 'ㅡ'는 가사 사건을 말한다. 그런데 가사사건의 경우 민형사 사건과 달리 1~3심 순서를 앞서 'ㄱㄴㄷ'이 아니라 'ㄷㄹㅁ' 순으로 구분해 표기한다. 그러니까 가사소송 1심은 '드', 2심은 '르', 3심은 '므'로 표기한다. 2015드단219는 2015년에 219번째로 접수된 1심 가사 단독재판이라는 뜻이다.
일부 사건번호는 '카'라는 부호가 보이기도 한다. 이는 가처분 사건을 말한다. 가처분 사건은 1심밖에 없으므로 '카단' 또는 '카합' 으로만 사건번호가 표시된다.
이밖에 회생이나 경매·소년·특허사건 등도 표기가 다르다. 법원 판결에 불복한 항소냐, 결정에 불복한 항고냐에 따라 사건번호의 세계는 제각각 달라진다. 이를 일반인들이 모두 외우는 것은 무리고,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도 없다. 대법원의 '사건별 부호문자의 부여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사건번호 표기는 사건 유형별로 무려 120여가지에 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