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A상무의 '갑질'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최근 이 회사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A상무가 정한 근무규칙이 올라왔는데요. 점심시간 외엔 양치질 금지, 의자 등받이에 옷걸지 않기, 모니터 보이게 하기 등 업무와는 무관한 규정들이 적지 않습니다.
갑질 논란에 회사 측도 조사에 나서 필요하다면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는데요. 직원의 행동패턴마저 통제하려는 직장 상사, 법적 관점에서 보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네이버 법률이 알아봤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른바 직장 내 갑질은 아직까지 명확한 판단기준이 없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던 직장 갑질 사건이 실제론 이렇다 할 처벌없이 마무리된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구체적인 법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갑질 처벌도 쉽지 않다는 게 노무사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A상무의 행위 역시 근로기준법 규정만 놓고 보면 법 위반 여지가 크지 않습니다.
점심시간 외에 양치질을 금지한다는 지시나 모니터를 보이게 하라는 지시 등은 엄밀히 따진다면 업무에 집중하라는 지시로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당하다고 느끼더라도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점심시간을 명확히 지키라는 지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개인평가 점수를 깎는 등 자신이 정한 규칙을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준 점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다퉈볼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의자 등받이에 옷을 걸지 말라는 등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개인성과 점수를 깎았다면 정당한 이유없는 징계로 근로기준법을 어긴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특히 의자 등받이에 옷을 걸지 말라는 지시는 업무와 무관해 보입니다.
그러나 위반 여부를 다퉈볼 수 있는 수준일 뿐이지 명확하게 딱 잘라 현행법 위반이 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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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흔히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데요. 부당한 업무 지시, 반복적인 폭언·폭행 등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법적 기준을 보다 명확히 했습니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오는 7월16일부터 시행되는데요. 이를 기준으로 본다면 A상무의 일부 행위는 위법한 행위로 볼 수도 있습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한 경우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경우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경우 등 3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직장 내 신체 폭행이나 협박, 욕설이나 폭언은 물론 온라인상에 불필요한 소문을 퍼뜨려 모욕감을 주는 행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이뤄지는 업무 외 지시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A상무가 부하 직원이 의자에 옷을 걸어뒀다는 이유로 징계를 줬다면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죠. 다만 가해자인 A상무가 징계를 받기보다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회사 측, 즉 사업주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
오는 7월16일부터는 10명 이상이 근로하는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을 취업규칙에 포함해야 하는데요. 이번 개정안이 갑질 없는 직장문화를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이 될 수 있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