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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지연 운행, 택시 타도 '대체교통비' 받기 어려운 이유

칼바람이 부는 출근길, 지하철 승강장은 평소보다 2배 많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평소 같으면 3~4분 간격으로 1대씩 오던 지하철이 오늘은 10분 넘도록 오질 않는데요.
 
잠시 후 방송이 나옵니다. "OOO역에서 지하철 문이 닫히지 않아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예상대로 이미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도 '○호선 고장'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제부턴 눈치싸움이 시작되는데요.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택시를 타기 위해 서둘러 승강장을 빠져나왔습니다. 다행히 택시는 금방 잡히네요. 하지만 출근길은 역시 ‘헬’입니다. 거북이걸음에 가다서다를 반복하길 수십분째, "차라리 전철을 기다릴 걸" 후회가 밀려옵니다. 직장상사에게 지각 사유를 설명할 생각에 벌써부터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날씨나 열차 노후화, 혹은 승객 문제 등의 이유로 지하철이 지연 운행되는 경우는 종종 발생합니다. 승객들은 약속시간에 맞추지 못하거나 택시비를 따로 지출하는 등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데요. 

이럴 때 어느 정도까지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또 회사에서 지각 증빙자료를 요구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진=뉴스1

5분 이상 늦으면 '지연증명서' 발급1회 운임 반환

승차권 개표 후 지하철의 중단 및 지연 등으로 이용을 할 수 없게 됐다면 1회권 운임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여객운송약관 제30)
 
반환은 중지 일을 포함해 7일 이내 도시철도구간 역에 청구할 수 있는데요. 지연된 당일이 아니라 나중에 반환을 받으려면 미승차 확인증이 필요합니다.
 
운행 지연으로 지각을 한 경우, 열차지연증명서를 발급받아 회사에 제출하면 됩니다. 열차지연증명서는 지하철이 5분 이상 지연된 경우 가까운 역에서 발급받을 수 있는데요. 하지만 지각을 한 상황에서 서류까지 발급받기는 쉽지 않죠. 그럴 땐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에서 간편지연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 열차 30분 이상 지연 땐 '대체교통비'도

지하철 지연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을 해야 했다면 택시비를 받을 수 있을까요?

서울교통공사 여객운송약관에는 '대체교통비 지급' 규정도 마련돼 있는데요. (서울교통공사 여객운송약관 제31)
 
약관에 따라 열차 내에서 1시간 이상 하차를 못한 경우엔 운임 외 5000원을 지급합니다. 또 마지막 열차가 30분 이상 지연돼 다른 노선의 마지막 열차와 연결되지 못했을 땐 지연 시간에 따라 5000~1만원의 대체교통비를 추가로 지급합니다. 하지만 천재지변이나 기상상태 등으로 예견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엔 제외 됩니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하철이 지연될 때는 미리 방송으로 알리고, 30분 이상 지연되거나 1시간 동안 지하철에 갇혀있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실제 대체교통비를 지급받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뉴스1

지하철에 30분 갇힌 승객들법원, 배상책임 인정 
 
지하철 지연으로 급한 일을 놓쳤거나 큰 피해를 보는 승객도 있을 텐데요. 하지만 따로 손해배상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소비자기본법 제35 2 1호에 따라 한국소비자원의 피해구제배상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한 서비스는 제외되기 때문인데요.
 
법원도 날씨 등으로 인한 피해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가 등 관리자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과거 인천, 부천 등에 거주하며 서울로 출퇴근하던 시민 6명이 지하철의 상습 지연과 잦은 고장으로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지만 패소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피해를 입증할 만한 자료가 없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승객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배상책임이 인정되기도 합니다. 지하철 사고로 30여 분 이상 지하철 내 갇혀있던 시민 19명이 당시 서울지하철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인데요.
 
서울중앙지법은 전동차의 운행 중 고장만을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면서도 공사 측이 지하구간에 전동차가 장시간 정차할 경우 취해야 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1인당 10만원씩의 배상 판결을 내렸습니다.

인천지하철에서 승객이 안전문을 강제로 개폐하는 모습. /사진=뉴스1

승객이 고장 일으켜 지연되기도…최대 2000만원 벌금 
 
간혹 승객의 잘못으로 전철이 지연될 때도 있습니다.
 
실제 지난 2017년 인천지하철 내에서 한 고등학생이 비상정지 버튼을 장난으로 눌렀다가 열차 운행이 5분간 중단된 적이 있습니다. 또 같은 날 가좌역 승강장에서는 한 남성이 스크린도어를 이유 없이 강제로 열려고도 했는데요. 이 때문에 지하철 도착 후에도 문이 열리지 않아 승객들이 피해를 봤습니다.
 
당시 이들은 경찰 수사를 받았는데요. 철도안전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비상정지 버튼을 누르거나 승강용 출입문을 여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또 열차를 지연시켜 다른 승객들이 피해를 본 만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