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희만(가명)씨는 승용차를 몰아 편도 2차로 중 1차로로 주행하다가 사거리 교차로에 이르렀습니다. 신호등이 없는 사거리 교차로였는데요. 희만씨가 진행하던 도로 우측에 일시정지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희만씨는 도로 우측의 일시정지 표지판을 봤지만 출근시간에 늦다보니 일시정지를 하지 않고 곧바로 좌회전을 시도했습니다. 때마침 박우혁(가명)의 차량이 희만씨의 우측 도로에서 직진 중이었고 두 차량은 교차로 상에서 충돌하게 됩니다.
희만씨는 "내가 일시정지를 하지는 않았지만 먼저 교차로에 진입해서 좌회전을 했으니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우혁씨는 "상대방이 일시정지 표지판이 있는데도 일시정지를 하지 않고 그대로 교차로에 진입했으니 상대방의 전적인 잘못"이라고 주장하는데요.
신호등 없이 일시정지 표지판만 설치돼 있는 도로에서 일시정지하지 않고 그대로 좌회전을 한 차량과 우측 도로에서 직진하던 차량이 서로 부딪힌 경우, 과실비율은 어떻게 될까요?
/사진=게티이미지
어느 차량 운전자가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다가 우측 도로에서 직진 진입하던 다른 차량과 서로 충돌한 사고인데요.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사고 유형입니다.
위 사례처럼 신호등이 없고 일시정지 표지만 있는 교차로에서 일시정지를 하지 않고 그대로 좌회전한 차량과 우측 도로에서 직진하던 차량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 일시정지 의무를 위반한 좌회전 차량 운전자에게 더 높은 과실이 적용됩니다.
좌회전 차량이 직진 차량과 비교해 우선권이 없고 일시정지 표지를 위반한 과실이 크기 때문인데요.
보통 일시정지의무를 위반한 채 좌회전 차량 운전자에게 80%, 직진 차량 운전자에게 20%의 과실비율이 적용됩니다.
좌회전 차량의 책임을 더 크게 묻는 근거는 아래 도로교통법 규정에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25조(교차로 통행방법)
⑥ 모든 차의 운전자는 교통정리를 하고 있지 아니하고 일시정지나 양보를 표시하는 안전표지가 설치되어 있는 교차로에 들어가려고 할 때에는 다른 차의 진행을 방해하지 아니하도록 일시정지하거나 양보하여야 한다.
도로교통법 제31조(서행 또는 일시정지할 장소)
② 모든 차의 운전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곳에서는 일시 정지하여야 한다.
1.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지 아니하고 좌우를 확인할 수 없거나 교통이 빈번한 교차로
2. 지방경찰청장이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고 교통의 안전과 원활한 소통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안전표지에 의하여 지정한 곳
다만, 실제 인정되는 과실비율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직진차량이 대형차이거나 서행하지 않고 과속한 경우, 기타 현저한 과실이나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직진 차량의 과실책임이 더 클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좌회전 차량이 대형차라거나 서행하지 않았을 때, 좌회전 금지를 위반한 때, 소좌회전이나 대좌회전을 한 때, 그리고 기타 현저한 과실이나 중과실이 있을 때에는 좌회전 차량의 과실비율이 100%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위와 같은 과실비율의 판정에 있어서는 사고 경위와 제반사정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얼마나 확보되는지가 중요합니다. 요즘에는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동영상이 주요 판단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보다 정확한 사고경위를 밝히고 억울한 상황에 처하지 않으려면 평소 차량 블랙박스를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 진입할 때, 속도를 줄이고 교차로에 진입하려는 차량이 없는지 좌우를 잘 살피는 등 방어운전을 통해 사고 자체를 피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