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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직원 조기 퇴직' 국정원 규칙, 문제없다?…대법원, 원심 깨고 파기환송

[the L]1·2심법원 "남녀 차별 아냐"…대법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국정원 증명해야"

/사진=게티이미지

한 직장 내 특정 부서가 사실상 여성들만 근무하는 곳이라면? 그리고 그 부서 내 여성들의 정년이 회사 다른 부서의 남성 직원들보다 유독 낮다면?

사실상 여성만 근무하는 분야의 정년을 남성만 근무하는 분야의 정년보다 낮게 규정한 국가정보원의 내부 규칙은 무효가 될 소지가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양성평등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국정원 계약직 직원으로 일한 이모씨(여·54)와 김모씨(여·54)가 국가를 상대로 '국정원 소속 국가공무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들은 국정원에서 출판물 편집 등을 담당하는 직원으로 일했다. 이들은 지난 2008년 국정원 계약직 직원 규정상 근무상한연령(정년)인 43세가 됐고, 국정원장이 별도로 정한 후속처리지침에 따라 2년 더 일한 뒤 2010년 퇴직했다.

이씨 등은 국정원 규정에 여성만 종사하는 전산사식 등 직렬의 정년은 43세로 남성만 종사하는 원예 등은 57세로 정한 것은 양성평등보호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남녀의 정년을 다르게 정한 직원규정의 무효를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여성들이 일하는 직렬만 조기퇴직 하도록 부당하게 낮은 정년을 정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성별에 따른 차별"이라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원고들은 계약직 공무원으로 근무상한연령이나 정년이 아닌 계약기간 만료로 인해 퇴직하게 된 것"이라고 맞섰다.

1심 법원은 "국가정보원 전임계약직 직원의 근무상한연령을 정한 국가정보원 내규인 '계약직 직원 규정'은 양성평등보호규정에 위배되는 내용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 법원은 "근무상한연령은 직렬별 각 해당 직무의 기능과 특성에 기초해 구별해 설정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면서 "근무상한연령을 정하는 데에 있어 성별을 이유로 합리적 이유 없이 근로의 조건을 다르게 했다거나 퇴직에서 남녀를 차별했다고 인정할 만한 별다른 사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2심 법원 역시 "이씨 등은 재계약 기간이 만료돼 퇴직처리됐을 뿐"이라며 1심 법원의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사업주의 증명책임을 규정한 남녀고용평등법 제30조에 따라 사실상 여성 전용 직렬로 운영돼 온 전사사식 분야의 근무상한연령을 사실상 남성 전용 직렬로 운영돼 온 다른 분야의 근무상한 연령보다 낮게 정한데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는 국정원이 증명해야 한다"면서 "이를 증명하지 못한 경우, 강행규정인 남녀고용평등법 제11조제1항과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배돼 당연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또 "원심이 사실상 여성 전용 직렬로 운영된 전산사식 분야의 근무상한연령을 낮게 정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조항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1조(정년ㆍ퇴직 및 해고) 1항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ㆍ퇴직 및 해고에서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30조(입증책임) 이 법과 관련한 분쟁해결에서 입증책임은 사업주가 부담한다.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한 처우)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ㆍ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